#홍성구(국어국문학 1996) 동문은 지난 12월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된 신인 소설가이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다. 단편 소설 <폴리 사운드>로 등단했던 홍동문이 소설을 놓지 못한 이유와 소설가로서의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바쁜 삶에 잊고 있던 문학의 꿈
마흔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다
홍 동문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먹고사는 것 외에 삶을 지탱하는 많은 부분이 있다. 그에게는 문학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문학이 행복이었기 때문에 그것만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문학사상사 주관의 청소년 문학상에서 시를 출품해 가작을 수상했다. 대학에서는 국문과 시 창작 학회 ‘하늘 새재’에서 시 합평회에 참가하며 꾸준하게 시를 썼다. 1년에 한 번씩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졸업 후 바쁜 삶 속에서 문학의 꿈은 점점 희미해졌다. 군대에서도 시를 써 국방일보에 실리기도 했지만 전역 후에는 전처럼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교사가 된 이후로는 직장 생활과 가정에 집중했다. 평온했던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꼈다. 그는 마흔이 넘는 나이에 다시 펜을 들었다.
아들의 출생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는 출산 후 아기가 너무 예뻐 2박 3일 동안 병원에 함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코골이 소리 때문에 다른 산모가 불편해해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집에 가는 걸음마다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눈에 밟힌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때 알게 됐죠.”라고 말했다. 그 소중한 마음을 잊을 수 없어서 처음으로 습작을 시작했다.
시로 창작을 시작했던 그였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길게 할 수 있는 소설을 선택했다. 그렇게 홍 동문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퇴근한 이후 집에서는 소설을 썼다. “처음 신춘문예에 도전했던 게 2016년이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장편은 어려우니까 단편을 쭉 썼지만 10년 동안은 열심히 떨어졌죠.”
▲ 홍 동문은 “‘생존’이라는 목표로 쉬지 않고 달려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이환희 기자)
20번째 단편 소설작 <폴리 사운드>
10년의 노력
당선작 <폴리 사운드>는 작년 8월에 완성한 작품으로, 그의 20번째 단편 소설이다.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작년에는 3개월 동안 다섯 편을 썼어요. 6일 만에 쓴 작품도 있어요.” 등단은 10년 동안 꾸준히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었다.
당선 소식이 전달되고 있을 무렵 그는 다른 당선자들의 후기를 읽고 있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마침 그때 학교 전화로 외부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서울신문이었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등단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꿈을 이룬 순간이 아니라 꿈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그 순간만을 상상했는데 좋은 것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되게 무거웠어요. 그 순간이 항해로 비유하면 닻줄을 풀고 돛을 펼쳐서 나가는 순간이었죠.”
10년의 노력을 알고 있던 사람은 아내뿐이었다. “아내는 저의 유일한 독자였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해낸 게 대단하다고 말해주는데 너무 고맙더라고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였던 아들도 그의 독자가 되었다. 당선 후에 그의 작품을 읽은 아들은 어렵지만 재밌게 읽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큰 감동의 순간이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노력도 들였다. 당선작 주인공의 직업은 사운드 디자이너이다. 관련 서적이 있지만 절판으로 읽을 수 없었다. 홍 동문은 유튜브와 인터뷰 기사를 통해 낯선 직업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작품을 방송할 계획인 KBS 라디오 문학관 작가가 원래 그쪽 일을 했냐고 질문할 정도였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 사진. (사진=홍 동문 제공)
소설가로서 첫번째 목표는 생존
상처와 슬픔을 담는 작품 쓰겠다
신춘문예 관문을 어렵게 뚫어도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작품 활동을 이어가더라도 등단 이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소설가로서 홍 동문의 첫 번째 목표는 ‘생존’이다. “훌륭한 작가들이 너무 많아요. 생존이라는 목표 때문에 단 한순간도 쉬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는 자신의 비결에 대해서 “우리가 늘 겪고 알고 있는 일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쓸 때, 글을 읽는 독자들이 감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폴리사운드>는 어린 시절의 홍 동문이 집에서 겪었던 일을 ‘소리로 감지되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시킨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TV를 보다 10대만 들을 수 있는 소리인 ‘틴 버즈’를 듣고 고장이라고 생각한다. 수리공이 왔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해 가족들에게 예민한 아이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 후에 성인이 되고 나서, 그때 아버지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리에 민감하지만 정작 자신의 딸의 상처는 듣지 못했던 회장이라는 인물도 나온다. 그는 어떤 소리보다도 귀를 기울였어야 했던 소리를 듣지 못했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로 듣기의 중요성을 작품에 담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담은 메시지처럼 타인의 말에도 귀 기울이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거예요.”
인터넷을 검색하면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것이 민망하지만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읽고 감상을 남기는 것이 그에게는 당선보다도 기뻤다. 소설가로서의 생존을 위해 그는 계속해서 열심히 보고, 듣고, 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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