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다시 민주주의’, 대학생들 거리로 나왔다
송구영신, 옛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 2025년이 됐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움을 맞아야 하지만, 과연 우리는 다사다난했던 사회와 경희의 2024년을 그냥 보낼 수 있을까. 2025년 첫 신문을 발행하며 네 면에 걸쳐 2024년의 신임 총장, 민주주의, 무전공 제도, 국제캠 학식을 돌아본다.
# 2024년은 청년층의 사회 목소리 참여가 돋보인 한 해였다. 특히 지난 12월 3일 선포된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조용하던 학생 자치 기구 및 구성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교 곳곳엔 시국선언문과 대자보가 붙었고, 십수 년만에 학생총회가 개최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혼란한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깨달았던 2024년을 돌아본다.
▲ 지난달 12일, 우리학교 구성원 100여 명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2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거리 행진을 했다.
‘명문’ 시국선언문 화제
교수와 학생들, 거리로 나가
우리학교 구성원의 목소리가 모이게 된 계기는 교수들이 작성한 시국선언문이었다. 지난 11월 13일, 우리학교 및 경희사이버대 교수‧연구자 226명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전에도 몇몇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참여 인원 면에서 으뜸이었다.
시국선언문은 외부 언론에도 보도되며 대외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지금의 한국을 증언하는 시국선언문이다” “읽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등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강보경(국어국문학 2024) 씨는 “제대로 된 어른에게 교육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국선언문이 자랑스러웠다"는 감상을 밝히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
구성원 평화 행진 진행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향해 교수에 이어 학생들도 적극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막기 위해 늦은 밤 국회로 뛰쳐나간 학생도 여럿 있었다. 신하균(사회학 2023) 씨와 이태윤(정치외교학 2024) 씨도 그중 하나였다. 신 씨는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행동할 자유조차 빼앗길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렇기에 머리보다 마음으로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 씨는 “본가에서 계엄군과 몸싸움하는 시민들을 뉴스 생방송으로 본 후 무섭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해 곧바로 차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고 말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가 가결된 직후 이 씨가 뒤돌아 사람들에 계엄 해제를 알리는 모습은 뉴욕타임스 사진 기사로 실리기도 했다.
▲ 계엄 해제 가결 뒤 국회 앞에서 환호하는 이태윤(오른쪽) 씨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이후 학교 곳곳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남우석(철학 2018) 씨는 대통령의 계엄을 규탄하며 이를 심판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연서명이 가능한 이 대자보에는 이틀간 400명이 넘는 학생이 서명을 남겼다.
사학과는 학과 차원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교수가 참여한 대자보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윤석열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됐다. 이어 양 캠퍼스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작성한 연석중앙운영위원회 명의의 규탄 성명문이 발표됐다. 우리학교 교수진과 학생 100여명이 청운관 앞에서 2차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청량리역까지 평화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13년 만의 학생총회
여러 악조건에도 개최
양캠 총학생회는 학생총회 개최를 알렸다. 이에 12월 12일, 양 캠퍼스 학생은 각각 서울캠 노천극장과 국제캠 사색의광장에 모였다. 학생총회를 열어 ‘반민주적 사태에 대한 경희대학교 학생 공동 결의의 건’을 채택하기 위해서였다.
총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인스타그램에 학생총회 개회에 참석했다는 게시글을 올려 다른 구성원의 참여를 독려했고 핸드폰 플래시를 사용해 학생총회가 성사되기를 응원했다. 학생들은 서로 챙겨온 음식과 핫팩을 나누며 개회를 기다렸다.
한지민(무역학 2024) 씨는 “총회 참여 독려를 위해 조명으로 가득 채워진 노천극장을 보며 이름 모를 서로가 연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현희(국어국문학 2024) 씨는 과자를 주변 학생들과 나누며 “학생총회의 성사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학생총회를 진행했던 국제캠 사색의 광장(위)과 서울캠 노천극장(아래)
당시는 기말고사를 앞둔 시기였다. 그만큼 총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모습 또한 다양했다. 노트북으로 강의를 듣는 학생, 레포트를 작성하는 학생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두운 와중에도 스마트폰 불빛으로 공부하던 김현우(철학 2024) 씨는 “만에 하나 나 때문에 정족수가 안 채워져 수많은 사람들이 추위에 떠는 것이 훨씬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며 두 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정족수가 채워졌고, 학생들의 박수와 함께 학생총회는 개회했다.
이날 이어진 찬반 토론에선 현 상황을 규탄하는 학생들의 자유 발언이 활발했다. 김준형(정치외교학 2022) 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은 명백히 독재 체재로 나아가는 것이다”며 이번 계엄을 강력히 규탄했다. 최윤서(국제학 2024) 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무력으로 국회 점거를 시도했고 이는 위헌적 행위”라며 규탄했다.
표결 결과 국제캠 총원 1,015명 중 찬성 991표, 서울캠 총원 1,881명 중 찬성 1,703표로 안건은 가결됐다.
어려운 상황 닥치면
사회 문제에 목소리 낼 수 있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12월 14일 가결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구성원들은 여전히 광장에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화문 앞 탄핵 시위에서 학생ㆍ소수자인권위원회와 경희 민주동문회, 경희대 성소수자 동아리 아쿠아의 깃발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시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최소현(경영학 2016) 씨는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모르는 이들은 결국 위기 상황에 뜻을 함께할 동료”라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확실히 탄핵될 때까지 시위를 멈출 수 없다”며 탄핵이 완료될 때까지 청년이 목소리를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탄핵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이를 위한 시위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말은 혼란한 사회였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민주주의를 향한 관심이 부활한 한 해라고 볼 수 있었다. 학생ㆍ소수자인권위원회 임수민 부위원장은 “윤석열 퇴진 이후로도 학생들이 사회와 정치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연 기자 imgonnadoit@khu.ac.kr
김륜희 기자 poetry_5989@khu.ac.kr
원희재 기자 whj6470@khu.ac.kr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