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학교 천문대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공개 관측회가 열렸다. 수십 명의 초등학생이 한데 모여 하늘을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우주과학과 재학생으로 구성된 스태프와 함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우리신문은 과학 꿈나무들이 우리학교를 방문해 더 큰 꿈을 키우게 된 현장을 찾았다.
구름 낀 날
달과 숨바꼭질
어둑해진 지난 14일 저녁, 천문대는 초등학생으로 붐볐다. 아이들에게 천문대로 가는 오르막길은 다소 가팔랐지만, 표정은 곧 하늘에 있는 달을 볼 수 있는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천문대엔 초등학생 몸보다 큰 망원경부터, 조금 작은 망원경까지 다양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망원경을 만졌다. 스태프는 아이들에게 망원경 사용법을 알려줬다.
“달아, 어디 갔어?” 하필 그날은 구름이 많이 껴 달을 직접 보기 어려운 날씨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달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망원경 구멍에 눈을 대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크고 작은 망원경 주위를 왔다 갔다 돌아다니기도 했다.
“어, 달이다!” 한 아이가 소리쳤다. 아이들은 선명하진 않았지만 결국 달을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크레이터’가 무엇인지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아이들은 마치 달과 숨바꼭질하는 듯했다.
퀴즈퀴즈 프로그램에서 상품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
플라네타리움 속에서
다양한 천체를 만나다
천문대 건물 한편에는 플라네타리움 체험 장소가 간이로 마련돼 있었다. 아이들은 집채만 한 파란색 풍선 모양 체험관이 신기한지 그 주변을 맴돌며 구경했다. 체험관 앞에 줄을 서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면 지퍼를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밤하늘을 보는 것처럼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밖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같이 들어간 아이들은 체험관의 모양을 따라 둥그렇게 앉았다. 스태프들은 아이들에게 별자리 찾는 법을 알려줬다. 특히 오리온자리는 별 세 개가 나란히 있는 띠 모양을 찾으면 볼 수 있다고 하자, 아이들은 수많은 별자리 속에서 금세 오리온자리를 찾아냈다.
“우리 이제 블랙홀에 한번 들어가 볼까요?”라는 스태프의 말과 동시에 갑자기 하늘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천장이 바뀌었다. 아이들은 정말로 블랙홀에 들어간 것처럼 저마다 ‘우와’, ‘으악’하며 소리를 냈다. 체험이 끝난 후 한 아이는 기다리고 있던 부모님께 “진짜 우주에 간 것처럼 별이랑 여러 행성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신기하고 재밌었어”라며 다음에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측회의 하이라이트
주망원경
관측회의 하이라이트, 주망원경 체험관 앞은 일찍부터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차례가 되면 미로처럼 돼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올라간 곳엔 밖에 있던 망원경들보다 훨씬 거대한 망원경이 있었다. 3층 높이 정도 되는 이 망원경은 ‘주망원경’으로 천문대 장비 중 가장 첨단이다.
주망원경 관측실에 모여 주망원경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갑자기 천장 한쪽이 스르륵하고 열리기 시작했다. 체험하러 온 이들 모두 ‘와!’하고 감탄했다. 열린 천장은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이렇게 필요한 부분만 열어 별과 천체를 관측한다. 구름에 가려지긴 했지만 환한 보름달도 보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부모님 품에 안겨 작은 틈 사이로 달을 구경했다. 달을 구경하다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주망원경을 조종하는 컴퓨터가 있었다. 스태프가 컴퓨터를 조작하자 망원경이 움직였다. 아이들은 거대한 주망원경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다.
로켓처럼 속이 뻥 뚫렸던
천문대에서의 경험
천문대 건물 외부로 나와 조금 내려가니 지하 공간에 공작교실이 준비돼 있었다. 참가자들은 스태프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간이 로켓을 만들고 있었다. 로켓을 다 만든 아이들은 밖으로 나갔다. 동그란 펌프 부분을 발로 밟으니 로켓이 하늘 위로 날아갔다.
공작교실에서 간이 로켓을 만드는 아이들
천문대, 1992년 건립
공개 관측회는 1996년부터
우리학교 천문대는 1992년 만들어졌다. 서울대, 연세대, 국립공주대, 공군사관학교, 충북대와 더불어 전국 대학교 중 6곳만이 보유하고 있는 시설이다. 우리학교 천문대에서 과거엔 새 변광성을 발견한 바 있다.
1997년 4월, 장민환(당시 우주과학과 교수, 현 우주과학과 명예교수) 교수는 우리학교 천문대의 주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하던 중 새로운 변광성을 발견해 학계에 제안했고, 다른 천문학자들의 심사과정에서 인정되어 국제천문연맹에 등록됐다. 이때 장 교수는 변광성의 이름을 ‘경희성’으로 지어 등록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의 기계 부품 중 하나인 ‘달 자기장 측정기(KMAG)’를 개발했다. 이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달성한 업적이다. 이외에도 딥러닝을 이용한 태양 연구 분야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다만 현재는 연구에 고충이 있다고 한다. 김현남 천문대 행정실장은 “처음에 천문대를 지을 때 빛 공해를 피해 국제캠퍼스 부지에 짓게 됐다”며 “그 당시에는 아무래도 서울에 비해서는 주변에 인공물이 많이 없어 별을 관측하기에 좋았지만, 지금은 그 당시에 비해서는 많이 도시화가 진행되어 빛 공해로 인해 데이터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 활동이 주로 이뤄지던 천문대가 일반인에게 개방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다. 1996년 천문대에서 ‘하쿠타케’ 혜성이 관측된 이후, 이러한 혜성 및 다른 천체들을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을 일반인들에게도 공유하여 단순히 연구 작업에 몰두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대학의 역할을 실현하고자 우리대학 천문대에서는 매년 공개관측회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의 진행을 맡은 스태프 류민서(우주과학 2022) 씨는 “제가 어릴 적에 이런 행사가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며 “여러 프로그램이 준비돼있으니 어린 친구들이 많이 와서 망원경 관측도 하고 플라네타리움도 체험하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공개관측회에 많은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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